친절하고도 위험한…멕시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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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합니다, 그래도 밤에는...”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첫 느낌인 친절 그 자체였다. 관문인 공항의 직원부터 웃는 얼굴로 반겼다. 입국 심사 담당자는 스페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작은 수첩에 적은 영어를 힘겹게 읽으면서 소통에 힘썼다.
마법의 주문은 월드컵이었다. 체류 기간이 왜 4주가 넘느냐고 묻던 그는 “월드컵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 계속 멕시코에 있고 싶다”는 대답에 통과를 외쳤다. “멕시코에는 안 되겠지만 한국을 응원하겠다”는 덕담은 덤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도 친절했다. 택시를 잡으려는 취재진을 돕는 자원 봉사자들,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단 숙소로 이동하는 길을 묻자 직접 동행하며 도와주는 멕시코 시민들의 친절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특히 선수단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지역은 대형 쇼핑몰과 고급 식당가가 밀집돼 세련되고 활기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과달라하라가 월드컵 직전 멕시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두목의 사살 작전으로 내전에 가까운 소요 사태가 벌어진 할리스코주의 주도라 더욱 놀라웠다.
멕시코 치안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지만,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교민의 충고에 생각이 달라졌다. 과달라하라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은 “멕시코는 낮과 밤이 다르다”며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친절한 것은 분명하지만,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멕시코 치안은 때로는 안전하고, 때로는 위험하다. CJNG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숙소를 둘러싼 무장 병력을 가리켰다.
친절하면서 위험한 멕시코의 두 얼굴은 외신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할리스코주는 멕시코 내에서 가장 많은 실종자가 나온 곳이다. 여전히 1만 6000여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알려졌다. CNN은 월드컵 기간에는 촘촘한 경비망이 가동되기에 외국인을 겨냥한 중범죄 가능성은 낮지만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거나 늦은 밤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 택시보다 기록이 남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는 택시를 추천하는 이도 있었다.
친절한 멕시코인들이 돌변할 계기도 예고된 상태다. 한국과 멕시코가 맞붙는 19일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이다. 대부분의 멕시코인들은 맞대결 전에는 한국인을 환영하고 있다. 과달라하라 지자체의 초청으로 성사된 한국 축구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에는 800여명의 멕시코인들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멕시코전 전후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교민들도 체코와 첫 경기(12일)는 응원할 계획이지만, 멕시코전은 꺼리는 눈치였다. “한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이겼으면 좋겠지만, 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탄식한 교민의 반응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다.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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