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함성’ 사라진 월드컵, 시스템 붕괴가 부른 역설적 냉소[송석록의 생각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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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역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하며, 국제축구연맹(FIFA)은 흥행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한민국 축구계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기이할 정도로 차갑다. 과거 월드컵 개막 직전이면 온 나라를 붉게 물들였던 뜨거운 열기와 무조건적인 성원은 찾아볼 수 없다. 길거리 응원을 논하기엔 대중의 호응은 바닥을 치고 있으며,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회의론이 짙게 깔려 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이토록 무관심과 냉소 속에서 출발하는 월드컵이 있었던가. ■ 안정 없는 사퇴 선언, 흔들리는 한국 축구의 나침반
이 냉랭한 분위기의 정점에는 대한축구협회(KFA)를 둘러싼 행정적 파행과 정치적 진통이 있다. 최근 정몽규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직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전격적인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13년간 한국 축구의 권력을 쥐었던 수장의 퇴진 선언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투명성과 행정 독단으로 비판받던 그가 하필 대회 직전에 던진 ‘사임 카드’는, 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거나 본인의 퇴로를 다지기 위한 ‘때늦은 물타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장의 시한부 사퇴 발표는 축구계의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지속적으로 누적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붕괴를 만천하에 증명하는 꼴이 되었다. ■ 맹목적 응원‘에서 ’냉철한 비판‘으로
이러한 안팎의 혼란은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 스탠스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월드컵 중계방송권 협상에 극적인 타결을 가져온 JTBC와 KBS 등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시선은 과거의 맹목적인 ‘국가대표 응원 시선’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이들 방송사는 과거 홍명보 감독의 선임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편, 최근 대표팀이 급작스럽게 쓰리백(3-back)으로 전술을 전환한 점과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중계권과 시청률을 의식해 대회 분위기를 무리하게 띄우기보다, 시스템의 붕괴를 직시하는 냉철한 저널리즘적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방송의 이러한 기조는 축구 팬들이 대표팀과 감정적 거리를 두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 통계와 데이터의 경고
대중의 낮은 호응과 방송사의 날 선 비판은 결코 감정적인 투정이 아니다. 축구 통계가 가리키는 객관적 지표 역시 홍명보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경고한다. 최근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옵타(Opta)’가 수퍼컴퓨터로 1만 회의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한국의 32강 토너먼트 진출 확률은 70.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단 33.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강 진출 확률은 12.74%로 급락하며, 우승 확률은 0.3%대에 머문다. 미국 ESPN 역시 한국이 조별리그를 1승 2무 조 2위로 통과하더라도 32강전에서 캐나다에 1-2로 패해 조기 탈락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낙제점 성적표를 예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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